1976년에서 1978년까지 3년 동안 워싱턴의 정가를 뒤흔들었던 코리아 게이트 사건은 미국과 한국의 정치역사 속으로 흘러 가버렸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 이야기이다.
코리아 게이트는 박정희 정권이 박동선을 통하여 미국 의회인들에 대한 불법 로비를 한 사건이다. 이를 조사하기 위하여 미 하원 프레이저 위원회, 윤리위원회, 상원 윤리위원회 등등이 조직되어 1977년에서 1978년 까지 조사 청문회가 시행되었다.
1977년 10월에서 1979년 1월까지 미 하원 윤리위 특별조사위원회 전문위원 겸 통역으로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코리아 게이트 청문회에 직접 참여하였던 안홍균(88세, 버지니아주 거주)이 코리아 게이트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로비라는 늪’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지금까지 신문지상이나 메디아를 통하여 알려지고 있는 코리아 게이트의 사건과 안홍균의 이야기와 다른 것은 그가 책 머리말에서 시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관찰자의 시점’이 아니라 ‘한국 측 주요 증인들의 통역에 관여한 당사자’로서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참여자로서 서술한 코리아 게이트의 이야기를 흥미롭고 주의 깊게 읽으면서 안홍균의 책이 드러내고 있는 세가지의 특징을 서술하고자 한다.
첫째 특징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불분명한 이야기(사실)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김형욱을 박정희에 대하여 복수한다고 하는 차원에서 우리는 이해하고 있지만, “(코리아 게이트는) 미 의회, 행정부, 언론이 제휴해 박 정권을 교체하는 데 그 의도가 있다고 (김형욱)이 오판한 것이다”라고 안홍균은 설명하고 있다. 또한 “김형욱은… 청문회에서 여러차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이 내 활동의 목표라며 박정희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안홍균에게 “안 동지 당신은 외무장관감이야”라고, 김재현 변호사에게 “당신은 법무장관감이야”리고 김형욱이 말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박동선을 “능력 있고”, “인간관계가 좋은” 인물로 이해하고 있는데, 안홍균은 그를 “휼륭한 영어 실력”이 있고, “위엄있고”, “당당했으며”, “오만할 정도로 분명”하고, “미꾸라지처럼 교묘”한 사람이라고 평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하여 코리아 게이트로 인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얼마나 심각하였는지를 안홍균은 서술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프레이저 위원장이 “이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전복행위(Subversion)다”라고 한국을 공박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둘째 특징은 코리아게이트 사건을 단순히 부정적인 역사로만 보지 아니하고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코리아 게이트가 고통과 불명예의 사건이었지만 한국조야는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된 것이다. 미국 입법절차, 의회 운영생태, 공개 로비절차 등등이 그 것으로서, 코리아 게이트 이후 한미관계는 더욱 공고해지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코리아 게이트의 영향에 대한 안홍균의 견해이다.
셋째 특징은 코리아 게이트 사건을 서술한 안홍균은 미국이나 한국에 어느 편에도 편들지 않은 중립적인 역사가이고, 한국을 사랑하는 미주한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술하고 있다. “내 양심에 선언했다. 나는 그 어느 편도 배반하지 아니 하였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을 뿐이다”라고.
또한 안홍균은 머리말에서 토로하고 있다. “나는 때론 부끄러웠고, 때론 번민해야 했다. 세계에 무지한 내 나라의 지성이 한탄스러웠고, 가난하고 힘없는 내 조국의 운명이 서러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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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순 / 전 연방노동성선임경제학자, 워싱턴버지니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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