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뽀얀 안개가 내려앉는 듯 하늘이 찌뿌듯한 날씨다. 금년 마지막 달력을 넘긴 게 엊그젠데 벌써 하순을 향해 달려간다.
그동안 나는 꿈을 꾸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세월이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는 것을 아쉬워하게 된다.
어제와 오늘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새해를 맞을 때는 희망을 갖고 계획을 거창하게 세운다.
하지만 어느새 퇴색해버리는 일 년 동안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 충실히 살면서 작은 일부터 시작해 봄이 더 나을 듯싶다.
그렇게 한다면 연말에 후회하는 일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 와서 살며 몇 십 년을 쌓아온 살림살이들이 이제는 조금 거슬린다. 한가지 씩 장만해가며 사는 것이 그토록 즐거웠는데 세월이 많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줄이고 없애야 할 때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안겨주는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훨훨 날아가며 자유를 누리는 것도 새로운 삶이라 할 수 있겠다. 먼지가 쌓인 짐짝들을 자식에게 물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제는 없는 살림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쌓이고 쌓인 짐짝사이에서 해방이 되고자하는 것이 오늘의 희망이며 또한 내일을 위한 도전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줄이고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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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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