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미만 자녀가 2명이면 연방 자녀세액공제(child tax credit)를 4,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래 네 집들 중에서, 그 4000달러 혜택을 전부 받지 못하고, 일부만 받게 될 부부는 누구일까? ①총 소득(급여)이 1만 달러인 집 ②4만 달러 ③10만 달러 ④40만 달러.
정답은 ①번, 소득이 1만 달러뿐인 집이다. 혹시 ④번 40만 달러라고 생각한 독자도 있을 텐데, 그런 집도 4,000 달러를 전부(full benefit) 받을 수 있다. 결국 40만 달러 버는 부자 집 애들에게는 4,000 달러를 전부 주면서, 1만 달러 밖에 못 버는 가난한 집 애들에게는 4분의 1밖에 안 주는 것. 그것이 지금의 미국 세법이다.
세금의 기능들 중에서 부의 불균형 완화와 소득의 재분배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법은 참 고약하게 잘못 만들어진 세법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자녀세액공제로 쓰는 돈은 매년 1,200억 달러. 한국 돈으로 치면 140조 원이다. 이 정도면 근로장려금(근로소득 세액공제 EITC) 예산의 2배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이 자녀들 SAT 수험서 하나도 못 사주는 집에는 돌아가지 않게 세법이 만들어졌다면, 그 세법은 틀린 세법이다. 그 돈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 우선적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
물론 세법 하나가 가난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겠다는 입법의도도 충분히 이해된다. 누가 가난하래! 그러게 왜 열심히 안 살았어! 그렇게 감나무 아래 누워서 입만 벌리지 말고, 당장 나가서 일자리를 찾아봐! 1년에 3만6,000달러만 벌어도 4,000 달러 자녀세액공제를 전부 받을 수 있잖아! 다 떠나서, 내가 낸 세금으로 너희들은 이미 무료 메디케이드에 무료 등록금까지 다 받아가잖아! 듣기 거북하지만, 이런 반론들이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이 자녀세액공제 혜택은 자녀 그 자체만을 놓고 봐야 한다. 단지 부모의 소득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
우리 길게 놓고 생각해보자. 정부가 어느 가난한 집에 SAT 학원 보낼 돈만 조금 보태줬을 뿐인데, 나중에 그 학생이 돈을 더 많이 벌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정부도 더 많은 세금을 나중에 걷을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공부할 기회를 놓쳐서 결국 직장도 없이 병원비와 식료품비를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손해다.
‘나는 틀렸지만, 내 자식만은...’ 그런 희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때, 결국 부자들도 더 안전해질 수 있다. 사회의 따뜻한 햇볕은 펜트하우스가 아니라, 가장 어두운 구석에 먼저 비쳐져야 한다. 그래서 가난한 부모도 전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fully refundable, universal benefit) 자녀세액공제 조항을 조속히 바꿔야 한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