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의 고유성이 무언가. 인공지능이 가속적으로 발달하는 시대에 살면서 나는 종종 묻는다.
인공지능이 여러 방면에 쓰이지만, 카메라가 물체를 보고 인식하는 기술은 자율자동차, 보안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기술은 보안 강화, 범죄 소통 등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한편으론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독재 혹은 통제국가에서 정권에 대항하는 이들을 색출해내는 데 쓰이는 등의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에 통제국가인 중국의 기술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중국회사들이 안면인식과 감시 국제기준을 만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기사를 읽으며 언젠가 읽었던 보고서가 떠올랐다. “갑자기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물체가 도로에 갑자기 뛰어들면 어떨 것인가?” 연구원들이 이 문제를 놓고 실험을 한 결과를 발표한 보고서였다. 방 안에 각종 가구와 소파에 앉아 한 사람이 모니터를 보고 게임을 하는 사진을 보고 컴퓨터는 정확하게 각 사물의 이름을 맞혔다. 그다음, 이 방 안 풍경 한구석에 코끼리의 형상을 집어넣자 컴퓨터는 이상 징후를 드러냈다. 조금 전까지 정확하게 맞췄던 사물들의 이름을 뒤죽박죽으로 답한다든지 풍경 안에 없는 엉뚱한 이름을 대었다.
연구원들은 이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 이런 상황에 사람이 눈으로 인식하는 것은 컴퓨터와 어떻게 다른가 조사했다. 연구 결과 그 답은 인간은 예상치 못한 것을 보면 되돌아보는 반면 컴퓨터는 되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딥러닝으로 불리는 기계의 신경망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떤 물체를 데이터로 인식하면 먼저 픽셀값을 감지해 다음 층으로 넘기고 두 번째 층에서 외곽형태를 파악해 그 다음 층으로, 이처럼 각 층 신경망에서 프로그램된 특성을 파악하여 연계된 값을 결과물로 내보낸다. 현재 최고로 발달된 기계의 신경망도 각 층에서 처리한 정보를 한 방향으로만 처리하는(feed forward) 방식으로, 인간처럼 한번 처리한 정보를 다시 되돌아보는 양방향 처리를 하지 못한다.
되돌아봄. 미련일 수도, 불안일 수도, 그리움일 수도 혹은 재확인을 위해, 이유는 다를지라도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되돌아보면 기쁘고 감사한 순간들과 번뇌와 고통의 순간들이 있다. 청아한 토요일 아침, 창가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2019년 한해를 돌아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떠오른다. 올해는 유난히도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 봄에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셨고 여름엔 대학 동창이 암으로 아이 둘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죽음이 일상에 함께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소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기뻐한 해이기도 하다.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6월의 한 주말 오후가 떠오른다. 여름 방학을 맞아 3주간 큰아이가 집에 와 있을 때였다. 햇살 좋은 주말 오후에 큰아이, 작은아이가 개와 고양이를 모두 데리고 집 앞 벤치에 앉아 놀던 때. 싱싱한 초록이 나무와 잔디를 채우고 빨간 장미, 오렌지 참나리꽃, 연보라빛 옥자마 꽃이 풍성하던 때. 앞마당에서 작은아이가 던지는 공을 개는 쫓아다니다 만발한 꽃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고 고양이와 개의 우스꽝스런 모습에 아이들과 함께 깔깔거리며 웃던 순간.
사람에게 주어진 이 특별한 능력, 되돌아봄은 삶 혹은 세상이 방향을 잃은 듯할 때 나침반이 되고, 자신을 잃은 듯할 때 거울도 되고, 그리움이 가득할 때 타임머신도 된다. 되돌아볼 수 있음이 한 해의 마지막, 12월에 더욱 감사하다.
<송윤정 /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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