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나기하라 야스꼬(楊原泰子) 일-한 변역 변만식(윤동주 문학회)
끊임없이 몰아치는 북풍 부는 하까다만
납골함에서 흩어지는 골회를
아비가 눈물 흘리며 흩뿌려 날릴 때
시인의 영혼은 어디를 헤매었을까
국경에서 기다리던 동생이 위골을 받아들고
보슬눈 나리는 두만강을 묵묵히 건너갔다
외로운 독방에서 밤이면 밤마다 꿈꾸던 고향땅
그립던 오솔길 내려가면서
따뜻한 어머니 품안에 안겼으리라
동산교회 묘지 얼은 땅이 너무 굳어서
늦봄이 올 때까지 가매장터 얕은 곳에 누워 있으며
이국의 땅에서 보냈던 27년, 홀연히 닥쳐온 비운
그리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였으리
식민지 하 암흑시대에 태어나고
새벽이 오기 전에 생을 마친 시인
언어를 약탈 당하고 이름마저 빼앗겼어도
절망하지도 않고, 변절이나 침묵도 아니 한 채
자랑스런 민족의 말로 시를 써 나가고 있었던 그
한 권의 시집을 내보낼 꿈마저 산산조각이 되고
생명을 걸었던 시는 몰수당해 사라졌지만
실존의 깊이로 숨쉬던 시혼은
권력으로 빼앗으려해도 빼앗길 수 없었으니
벗들과 가족의 헌신적인 보호에 힘입어
기적 속에 숨겨져 있었으니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드디어 세월의 기억을 날라다 주는 바람이 되어
지나간 나날들을 잠깨어 불러내니
읽는 자의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켜 준다
소리내어 읽어 나가면
시인의 심음이 들릴 것 같은 묻혀 있던
설움을 만나게되고 접어 두었던
희망에 접하게되니, 계절은 바뀌어도
젊은 시인은 그날의 시의 속편을
사람들 가슴 속에 새겨나가고 있다
야나기하라 야스꼬(楊原泰子) 시인은 윤동주를 기념하는‘立敎의 모임’대표로 윤동주의 일본시대의 족적을 더듬어 잃어버린 장서(藏書)를 찾아내고 있다. 2008년부터 매년 2월16일에는 도쿄 릿교대학 채플룸에서 윤동주 추도의 모임인‘시인 윤동주와 더불어’를 개최하고 있다. 101주년 기일에 야스꼬 시인의 추도시이다.
<
변만식 / 윤동주문학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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