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뉴욕주 감사관들은 옛날과 급이 다르다. 그들 앞에 운전면허증 하나 달랑 내민들 큰 힘이 못된다. 텍사스 운전면허증 있다고 해서, 뉴욕 비거주자로 자동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전기요금 고지서나 은행 주소도 마찬가지다. 내 진짜 주소는 그렇게 간단하게 증명되지 않는다.
결국 돌아갈 하나뿐인 내 집(domicile). 그리고 실제로 183일 이상 거주한 곳(statutory residency). 이 두 문제는 뉴욕주 주소확인 감사에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넘어야 할 두개의 큰 산이다. 내가 이런 감사건을 새로 맡을 때(요새 이런 감사가 많다) 고객에게 묻는 질문들이 있다. 그동안의 집 주소와 사업체나 부동산의 주소, 각 주소에서 보냈던 구체적인 날짜, 아내나 자녀들이 사는 주소, 출입국 기록, 그리고 여권이나 결혼 앨범 같은 것을 두는 곳(near and dear).
많은 사람들이(전문가들조차) 생각하는 183일이니, 11개월이니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이 날짜의 산을 넘어야 그나마 그 다음 산도 넘을 자격이 생기는 것은 맞다. 내가 실제로 밥 먹고 샤워를 하는 PPA(permanent place of abode)가 뉴욕이 아닌 타주나 한국에 있고, 뉴욕에서 30일 이상 머물지 않았다면 문제는 아주 쉽게 풀린다. 과거 18개월 중 3개월 이상을 뉴욕에 살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면, 날짜 계산은 비거주자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다.
다만, 날짜 계산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좀 다르다. 예를 들어서 놀부가 뉴욕에서 살다가 세금 없는 플로리다로 이사 갔다고 치자. 플로리다에서 출발한 95번 고속도로는 10개 이상의 주를 지나서, 저 북쪽의 메인까지 올라간다. 놀부가 그 95번을 타고 올라가다가, 중간에 출구로 나와서 화장실에 5분 다녀왔는데 하필이면 그 땅이 ‘뉴욕 땅’이다. 그러면, 그 하루 전체를 뉴욕에 산 것으로 계산될 수 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에 얽힌 얘기는 며칠을 밤새도 부족하고 며칠을 들어도 흥미롭다. 결국 내가 주소확인 감사에서 이기려면, 뉴욕 거주자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를 제시하면 된다. 물론 그 증거를 보여줘야 할 책임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뉴욕세법 605(b)(1)(B)).
지면이 남았으니 여기서 얘기 하나 더. 뉴저지 주민인 흥부가 맨해튼에 아파트를 구입해서 아들이 살도록 했다. 그런데 그 아파트를 누구 명의로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보통 다섯 가지 대안이 있는데, 부모 이름으로만 했을 때의 문제 중 하나가 뉴욕이 흥부를 뉴욕 주민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오해는 풀린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오해가 다 풀리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그 과정은 힘도 들고 돈도 든다. 돈 가진 사람들은 꼭 귀담아 들을 얘기다. 어차피 줄 집이면 지금 줘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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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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