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날이 오면’ (On the Beach·1959)

모이라가 호주를 떠나 잠항하는 미 핵잠수함 소피시호를 바라보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재앙 앞에서 인간의 무기력감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 분위기에 걸맞는 영화로 핵의 생명 파괴력과 인간의 우행을 감상적이면서도 통렬하게 고발한 흑백 멜로드라마 명작이다. 1964년 제3차 대전 후 지구의 북반구는 핵에 의해 인간이 멸살됐고 죽음의 재가 서서히 남반구 쪽으로 이동 중이다. 아직 인간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호주. 그러나 호주도 반년 후면 죽음의 재에 오염된다.
멜버른 항에 정박한 미 핵잠수함 소피시호의 함장 드와잇(그레고리 펙)과 그의 농염한 호주 연인 모이라(에이바 가드너) 그리고 과학자이자 레이스카 운전자인 줄리안(프레드 애스테어) 및 젊은 호주 해군장교 피터(앤소니 퍼킨스) 등을 중심으로 이들과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다가올 죽음을 맞는가를 센티멘탈 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계시적으로 그렸다. 영화에는 호주 민요 ‘월칭 마틸다’가 자주 나와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민들에게는 방사능에 오염돼 고통하며 죽는 대신 자살용으로 약이 공급된다. 피터는 자신의 갓난아기를 먼저 숨지게 한 뒤 아내와 함께 약을 먹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소로 작별을 나눈다. 그리고 드와잇은 조국에서 함대원들과 함께 죽음을 맞기 위해 모이라를 남겨 놓고 호주를 떠난다.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
<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