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철거중단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 10일간 유예
▶ “인종차별 상징” vs “VA 역사 지우는 일” 논란 격화

지난 2일 VA 리치몬드에 위치한 로버트 리 동상 앞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동상 철거’를 외치고 있다.
랠프 노담 버지니아 주지사가 지난 4일 리치몬드에 위치한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당장’ 철거한다고 발표했으나 법원이 8일 이에 대한 철거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철거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1890년 동상 건립을 허가한 서류에 ‘충실히 지키고 보호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임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앞으로 10일간은 철거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인종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됐던 로버트 리 동상 철거 논란이 이번에 다시 재현되면서 조지 워싱턴 초대대통령과 함께 자랑스러운 버지니안으로 손꼽히던 리 장군 동상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2017년 샬롯츠빌 시위에서도 동상 철거가 추진됐으나 이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법정 소송으로 무산됐었다.
로버트 리(1807~1870)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찬성했던 남부군 총사령관으로 패장임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곳곳에 동상이 세워지는 등 남다른 존경과 애정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상징적인 조형물로 여겨지게 되면서 뿌리깊은 인종차별의 피해자인 흑인들에게는 끔직한 동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백인경찰의 가혹행위로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노담 주지사는 지난 4일 “오늘 우리는 우리의 과거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으며 미래를 이야기 해야한다”며 “이제라도 고난과 불평등, 인종차별의 상징을 허물고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상을 철거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반대 여론에 대해 노담 주지사는 “오래 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상이지만 잘못이 있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은 마찬가지”라며 “철거를 반대하는 여론도 잘 알고 있지만 이제라도 철거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남부의 역사를 모두 인종차별로 몰아 버지니아의 상징적인 인물인 로버트 리 동상을 철거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지우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인식에서 조차 소외됐던 흑인 커뮤니티, 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등 새삼 불거진 ‘불편한 진실’, 과거사 논란이 다시금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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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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