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2세가 헨리 수하의 군사에게 붙잡혀 왕궁으로 들어왔다. 리처드 2세가 보니 헨리의 머리위엔 왕관이 빛나고 있었다. 신하들은 헨리 쪽에 근엄하게 도열해 있었다. 리처드 2세가 조용히 거울을 들고 일어섰다. 그 거울을 한참 응시하다가 헨리 4세를 향해 내던지며 외쳤다.
‘아, 거울도 사람처럼 아첨을 하는구나/ 나 한창 좋은 세월이었을 때 날 따르던 무리처럼 거울도 나를 속이는 구나/ 이 얼굴이 날이면 날마다 왕궁 지붕 아래에서 일만 명을 거느리던 바로 그 얼굴인가/ 부서지기 쉬운 영광이 얼굴에 빛나는구나/ 말씀 없으신 임금님, 잘 새겨 두시오/ 내 슬픔이 내 얼굴을 얼마나 빨리 깨트렸는지...’”(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 중에서)
1377년, 영국 백성의 존경받는 에드워드 3세는 노환으로 영면했다. 그 즈음에 외아들 흑태자가 전쟁에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에드워드 3세의 손자 리처드 2세가 정통 후계자로 인정받고 왕위에 올랐다.
리처드 2세의 나이는 10살에 불과했다. 당시 왕위를 노리는 친척이 많았다. 신변의 위기를 느낀 리처드 2세는 숙부를 반역자로 몰아 한 사람씩 제거했다. 그 중 사촌 헨리를 유심히 경계했다. 헨리의 재산을 몰수하고 프랑스로 추방했다. 리처드 2세의 무자비하고 비열한 행위는 백성들의 눈에 옳게 보이지 않았다.
아직 정국이 어지러운데, 리처드 2세는 자신의 인기 관리를 위해 아일랜드를 자주 방문했다. 측근이 아일랜드 행을 말렸지만 완고한 왕은 듣지 않았다. 리처드 2세가 왕궁을 오래 비웠다는 정보를 접한 헨리는 프랑스에서 급히 군사를 이끌고 런던으로 쳐들어 와 왕궁을 접수했다. 왕위 찬탈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비열하고 비인격적인 모습을 보고 짐짓 놀랄 때가 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한 시대를 흔들었던 군주나 권세자라도 자기가 추구했던 삶이 욕망과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당신은 리더인가. 부서지기 쉬운 권력의 영광에 얼굴을 묻지 말고 측근의 물거품 같은 아첨에 속지 말라. 거울도 때로는 주인에게 아첨을 하고 세월의 눈금을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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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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