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달 전 일이다. 햇볕 사냥차 뒷뜰에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가 깜짝놀랐다. 어미고양이가 고물고물거리는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잔디에서 놀고있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우르르 위층에서 내려와 문밖을 향해 머리를 제각각 내 밀었다. 막내 욱이는 고양이 때문인지 책상 앞에서 곧잘 일어나 고양이를 보려고 뒷뜰로 나온다. 일거양득이다, 방에서 공부만 하던 아이가 고양이를 보러 나오면 운동도 되고 햇볕을 받으니 좋다.
인터넷으로 먹이를 구입하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고양이 장난감도 사다준다 하지만 어미고양이는 새끼를 절대 만지지 못하게 경계하는 모습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끼에 대한 보호 본능일 것이다.
손자들이 고양이 세 마리에게 특징 찾아 별명을 지어주었다. 막내가 지어준 복단이, 쓰다듬어 주어도 가만히 있다 해서 복 받을 놈이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둘째 턱시, 턱 밑에 하얀 줄이 있어 턱밭이같다고 붙여주었고, 셋째는 호랑이다. 어미까지 까만 털인데 셋째만 호랑이 모습과 흡사한 털을 가졌기 때문이다.
먹이를 주면 세 마리 모두 싸움 없이 잘 먹는다. 그럴 땐 어미는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새끼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대견스레 보고 있다, 실컷 배를 채운 새끼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뜨고 나면 어미는 남은 먹이를 먹어치운다. 너무 예쁜 모습이다. 서너 달쯤 지나서였다. 어미는 날마다 같이 운동을 한다. 때로는 새끼들끼리 싸움하듯 체력을 키운다. 우리가 보기엔 싸움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손자 말에 의하면 에미가 떠나기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날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침 주려고 뒷문을 열자 새 한마리가 죽어있었다, 그것도 양이 밥그릇 옆에 나란히 놓여있다. 그리고 어미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로 떠난 것 일까, 식구들은 전부 심란한 모습이다. 저 죽은 새는 무슨 일일까? 결론은 얻지 못했다. 그동안 고맙다는 어미의 진상일까?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나도 어미양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복단이도 턱시도 호리 가족과 한식구가 되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어미양이야 한번 다녀가렴, 잘 자라는 네 가족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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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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