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동해 바다 작은 섬 갯바위의 흰 백사장 / 나 눈물에 젖어 / 게와 함께 놀았다네.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게’. 일본의 천재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대표시(詩)다. 그는 교사, 편집자, 임시 공무원, 신문 기자 등의 직업을 가졌으나 시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 때문에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그는 아픔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으려고 먼 바닷가에 나갔다. 거기서 우연히 작은 바닷게 한 마리가 휜 모래 톱 사이에 작은 집을 짓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에게 작은 게 한 마리는 삶의 소중한 의미를 깨우쳐 준 인생의 위대한 스승이었고 그를 죽음의 계곡에서 구원한 천사였다. 그뿐 아니다. 흰 모래위의 작은 게 한 마리는 그를 일본 최고의 시인으로 올려놓은 아름다운 시어(詩語)의 화두가 되었다. 그렇다. 인생의 위대한 변화는 작은 하나로부터 시작되며 사소한 1%의 차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출애굽한 1세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왜 시내광야에서 주저앉고 말았나. 매일 매일 임하는 하나님의 작은 은혜를 귀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큰 것만 바라보고 원망, 불평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천국 비유를 보면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된다. 장정만 5,000명을 한 자리에서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도 오병이어의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사자나 호랑이가 왜 맹수의 왕자인가. 작은 토끼 한 마리의 사냥에도 전심전력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실수가 없는 그들을 보고 뭇짐승들이 두려워 떨며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21세기를 주도할 리더는 사자와 호랑이 같이 담대하면서 섬세하고, 치열하면서 따뜻해야 한다. 낮게 나는 새가 더 많은 벌레를 잡는다는 격언이 새롭다.
탁월함을 꿈꾸는가. 작은 것 하나에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 수 있는 ‘섬세함의 대가’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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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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