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불교인은 꾸준히 늘어난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약 200만 명, 몇 년 전 퓨 리서치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낸 통계치에 따르면 약 600만 명, 여기에 명상인까지 합쳐 좀 넉넉하게 잡으면 약 2,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의 한인 또한 꾸준히 늘어난다. 지난해 말 미 연방인구조사국(연방센서스국)이 발표한 ‘2015∼2019년 아메리칸 지역사회조사(ACS) 인구현황 추산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한인은 185만9천여 명이다. 여기에 한시적 거주자(지상사 주재원과 그 가족, 취업자와 유학생 등)와 미등록 거주자(불체자 등)를 포함하면 줄잡아 250만 명 내지 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런 추세 등을 감안하고 한국불교 세계화와 해외포교 활성화를 위한다는 서원을 내걸고 10년 전인 2011년, 해외특별교구법을 제정했다. 이에 근거해 일착으로 만들어진 것이 미 동부특별교구다. 미 중서부특별교구를 만들기 위한 기반작업은 거의 끝났다. 지난해 추석 즈음에 남가주를 방문한 원행 총무원장도 중서부에서 활동하는 한인스님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중서부특별교구 설립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미국의 한인사찰은 꾸준히 줄어든다. 조계종이 해외특별교구법 제정 등 의욕적인 청사진을 내걸고 팔을 걷어붙인 지난 10년 안팎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중서부의 경우, 조계종이 집계해 펴내는 해외사찰편람에 따르면 2009년 43곳에서 2020년 24곳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특별교구가 있는 동부도 29곳에서 23곳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규사찰 등록은 2곳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일본(7곳→2곳) 중국(10곳→2곳) 등 다른 나라 사정도 심각하다. 필리핀처럼 한인사찰이 아예 없어진 나라도 있고 애초부터 한인은 있어도 한인사찰은 없는 나라도 수두룩하다.
조계종이 팔을 걷어붙인 마당에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탈종교화에 따른 부득이한 시절인연으로 보는 ‘따스한 해석’도 있고, 조계종 수뇌부가 해외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그럴싸한 명분에 치우쳐 밀어붙인 바람에 돈과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따가운 비판’도 있다. 어쨌든 미국의 한인사찰 중 상당수가 혜택은 별로 없고 이런저런 간섭만 받게 된다는 등 이유로 조계종 등록은커녕 해외사찰편람 등재마저 꺼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계종의 한국불교 세계화 및 해외포교 활성화 외침은 오늘도 우렁차게, 그럴수록 더욱 공허하게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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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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