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학생인 벤 넬슨은 ‘대학의 역사’ 수업을 듣다가 대학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교수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일방향으로 강의하고 100명 넘게 모인 학생들도 그런 강의를 듣기만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양성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학 측에 혁신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제대로 된 대학을 만들어보고 싶은 그의 꿈은 ‘미네르바 스쿨’이 첫 입학생을 받은 2014년 실현됐다.
‘미래의 학교’라고 불리는 미네르바 스쿨은 기존 대학과는 완전히 다르다. 모든 수업은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교수가 강의하고 이를 카메라로 찍어 올리는 식이 아니다. 교수와 학생이 토론·퀴즈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한다. 발언을 적게 하면 아이콘 색깔이 바뀐다. 교수는 그 학생에게 질문을 던져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캠퍼스는 없다. 기숙사는 서울·베를린·런던 등 세계 7개 도시에 있다. 학생들은 1학년이 되면 대학 본부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하고 2학년부터 기숙사가 있는 도시에서 한 학기씩 체류하며 경험을 넓힌다. 1학년 때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생각, 소통 능력, 협업 능력을 키운다. 2학년 때는 예술과 인문학·계산과학·자연과학·사회과학·경영 등 전공을 선택하며, 3~4학년 때는 전공을 기반으로 깊은 공부를 한다. 지난해 2만5,000여 명이 지원해 200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이 0.8%니까 하버드나 예일 등 미국 아이비리그보다 입학이 더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이 되고 싶다면 호기심이 많고 한 분야 이상에 열정을 쏟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학교 담당자는 귀띔한다.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세계를 이끌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인 ‘태재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태재대학은 미네르바 스쿨과 협업해 교육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인류의 미래를 밝힐 초격차 기술을 더욱 원할 것이다. 대학은 이를 위해 탁월한 고급 인재들을 배출할 의무가 있다. 대학의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한기석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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