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커티 샥(Cutty Sark)’을 마시면서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를 얘기하면 “쓸데없이 아는 것도 많다”는 부러움을 살 수 있다. 1800년대 제국주의 시대 유럽에서는 차·후추 등 식민지에서 생산되는 물산을 빠른 시간 내에 가져올 배를 만드는 경쟁이 벌어졌다. 급기야 열린 무역선 경주 대회에서 글래스고에서 건조된 커티 샥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라는 영예를 안았다. 커티 샥은 명성에 걸맞게 런던에서 상하이까지 항해 기간을 기존의 1년에서 100일로 줄였다. 이후 스코틀랜드의 한 위스키 회사는 새로 개발한 위스키에 같은 이름을 붙였다. 아마 매우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커티 샥의 고향인 글래스고는 스코틀랜드 서쪽에 있는 항구도시로 인구수 기준 영국 내 3위다. 산업혁명으로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가 됐다. 특히 도시를 흐르는 클라이드강은 세계 최고의 조선업 경쟁력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글래스고를 대표하는 인물은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다. 그는 14세에 글래스고 대에 입학해 최우수 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그는 모교 논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명강의로 이름을 날려 유럽 각국의 유학생들이 이 대학으로 몰려들도록 했다. 산업혁명의 대부로 평가받는 제임스 와트도 글래스고 대에서 증기기관을 개량하는 데 열정을 바쳤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글래스고 대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세인트 뭉고가 6세기에 세운 이 성당은 1238년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난달 31일 글래스고에서 개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시했다. 원전 등 현실적인 탄소 감축 수단을 최소한으로 줄인 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보여주기 식으로 발표한 것은 차기 정권과 국민들에게 족쇄가 될 게 뻔하다. 과속하면 사고가 난다는 얘기를 생각하면서 속도 조절을 고심해야 할 때다.
<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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