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방 상·하원에는 ‘입양인 시민권 법안(ACA)’이 상정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부모에게 입양된 사람 모두가 시민권을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같은 법안이 나온 이유는 어릴 때 미국에 입양되어 미국인 부모의 손에 의해 길러졌음에도 시민권이 없이 자신도 모르게 불법체류자가 돼 추방을 당하거나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입양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국회자료에 따르면 지난 1870년 이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의 수는 총 10만6,332명이다. 이중 미국 국적으로 확인된 수가 6만2,502명이라고 하니, 나머지 4만3,830명은 시민권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0명 중 4명이나 되는 비율이다. 미국 입양이 많았던 1950년부터 1969년까지의 통계는 아예 없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권이 없는 한인 입양인 규모는 훨씬 클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제도적 맹점과 일부 양부모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상당수의 입양인들이 양부모가 미국 내에서 별도로 입양 자녀의 시민권을 신청해야만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입양 목적 이민비자로 미국에 왔는데, 양부모들이 이를 제대로 모르거나 아니면 입양 후 자녀를 버리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무국적 입양인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1년 2월 연방의회에서 ‘아동시민권법(CCA)’이 제정돼 18세 미만의 입양인들은 자동 시민권이 부여돼 일괄 구제가 됐었다. 그런데 당시 이미 기준 나이를 지나 이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한 입양인 수가 약 4만9,000명이고 그중 절반이 한국 출신 입양인들로 파악된다는 게 관련 단체의 통계다.
이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자는 입양인 시민권 법안은 지난 2016년부터 매년 발의돼 왔지만 입양인 구제 조치를 이민 확대로 해석하는 반이민 기류에 떠밀려 번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미주한인유권자연대가 홀트 등 입양인 권익단체들과 함께 법안 통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 버려지고 미국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각지대의 입양인들을 위한 많은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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