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초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국 대북 특사가 핵 설비용으로 의심되는 북한행(行) 고강도 알루미늄 송장을 제시하며 플루토늄과 별개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P)을 운영하고 있느냐고 북한 외무성 당국자를 다그쳤다. 이에 북한 당국자는 “당신들이 문제 삼는 프로그램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그 열흘 뒤 켈리 특사는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HEUP를 갖고 있다고 시인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북한에 제공하던 중유 공급을 중단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봉인을 제거하는 등 맞대응했다.
2000년대 초 북미 관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은 HEUP는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해온 핵무기 개발 계획이다. 핵폭탄을 제조하는 방식 중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 재처리와는 달리 대규모 시설이 필요 없고 방사능 방출도 미미해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주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을 농축하는데 990㎡(약 300평)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장비를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
고농축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옐로케이크(Yellowcake)로 불리는 우라늄 정광이 필요하다. 이는 우라늄 원석을 화학 처리해 불순물을 제거한 노란색 분말로 이를 농축하면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으로 전용할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 우라늄 채굴량은 36만 톤에 달한다. 연 최대 340㎏의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있는 옐로케이크 처리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는 매년 2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8일 “북한이 옐로케이크를 생산하는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 공장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평산 공장은 북한에서 유일하게 확인된 우라늄 정광 생산시설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 물질 제조의 핵심기지라는 것이 CSIS의 평가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 도발에는 침묵한 채 평화·대화 타령에 매달리며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주고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종전 선언 등 남북 이벤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북핵 폐기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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