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뒤 서부시장에는
팃팃 고운 불씨 날리는 깡통불이 아홉
아홉 불 바라보면 어린 날 펄펄 날리던
눈보라 고갯길도 아홉
어물전 통나무 도마에는 토막난
고등어 대가리가 아홉
대진이다 속초다 묵호에서 올라온
트럭의 헤드라이트도 아홉
골목 한 칸을 헤집고 들어가면
24시간 해장국이 아홉
밤샘 식탁에 어지럽게 놓인
빈 소주병도 아홉
벙거지 눌러쓴 지게꾼의 헤벌어진
입 안에 누런 이빨이 아홉
어물전 바보 막둥이가 나무상자를 짜개다
바보 웃음을 짓는 서부시장 아홉 아침
정철훈 ‘아홉 아침’
깡통불, 고갯길, 고등어 대가리, 트럭 헤드라이트, 소주병, 누런 이빨, 어물전 바보… 어쩌면 하나같이 값싸고, 가파르고, 비린내 나고, 눈부시고, 흐릿하고, 흔들리고, 어리숙한 것들만 헤아렸을까. 아무리 서부시장이라도 삐까번쩍한 것들 하나 없을까. 사람이든 사물이든 저마다 아슬아슬 아홉수를 넘어가고 있다. 시시하고, 고달프고, 한심해도 아홉씩 있으니 뭔가 든든하고 있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스로 밤을 버티던 것들이 똑같이 눈부신 아홉 아침을 맞이한다. 아홉 아침 다음 누구에게도 열 번째 아침은 없다. 삶은 언제나 부족한 채로 온전하다. 반칠환 [시인]
<정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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