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할때 피가 섞여 나온다면 의학적인 상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몹시 놀랄것이다. 왜냐하면 객혈의 원인은 폐암이나 결핵과 같이 심각한 폐질환 때문일 수도 있지만 코피가 목뒤로 넘어갔거나 감기후에 오는 기관지염과 같이 가벼운 질환으로도 생길 수도 있다. 또 기관지 확장증과 같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폐질환 때문에 피가 나올 수도 있다.

옷가게를 하는 50대 중반의 남성인 박씨는 일주일 전부터 기침할때마다 피가 섞여나와서 병원을 찾아왔다.

약 2주전부터 감기를 앓아왔던 박씨는 감기증상은 거의 다 나았는데 기침은 그치지 않고 있다가 일주일 전부터는 붉은 피가 가래에 섞여나오기 시작했다. 박씨는 열이 나거나 숨이 찬 증상은 없었다.

박씨는 20대 초반에 폐결핵을 앓았고 이 때문에 9개월간 약을 복용하고 완치가 되었다. 정기 건강 검진때마다 엑스레이 검사상 폐에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신체적으로 불편한 적은 없었다. 현재 복용하는 약은 없었지만 평소에 감기가 걸리면 처방전없이 항생제를 자주 복용해왔다. 과거에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는 독실한 종교인이었다.

이학적 검진상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흉부 엑스선 검사상 결핵 후유증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다. 폐기능 검사상 폐기능이 조금 감소되어 있었다. 박씨는 기관지 확장증으로 인한 기관지내 출혈로 잠정 진단하고 가래검사와 항생제 치료를 시작했다.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박씨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폐 단층촬영 결과 폐 우측 상엽에 심한 기관지 확장증이 보였다.

가래검사상 현재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발견되어서 다른 항생제로 바꾸어야 했다. 1주일후 박씨의 증상은 호전을 가져왔고 더이상 객혈은 없었다.

기관지 확장증(bronchiectasis)이란 만성 폐질환의 일종으로 기관지/폐렴이나 폐결핵등을 앓은 후 기관지 벽의 손상으로 인해서 기관지가 영구적으로 확장된 상태를 말한다. 감기나 폐렴등의 염증반응이 폐에 생기게 되면 정상적인 기관지는 가래를 쉽게 바깥으로 배출해 내는데 반해서 기관지 확장증이 생기게 되면 이를 배출해내는 능력이 감소되어서 쉽게 폐렴이나 농양이 생길 수 있고 기관지 혈관을 손상시켜서 출혈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기관지 확장증을 가진 경우는 감기후에도 쉽게 폐렴으로 진행하거나 객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항생제를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관지 확장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평상시에 큰 불편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해서 자주 폐질환을 앓는 경우는 적절한 감염 치료와 지속적인 객담의 배출이 중요하다.

적절한 내과적인 치료로도 염증이나 객혈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는 증상이 심한 부위만 잘라내는 폐엽 절제술이 필요하다.

이영직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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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