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취재 - 한인단체 세대교체 명암
LA 한인회·평통 등 단체 향우회까지 40·50대 주축
▶ 팬데믹 기간 알찬 봉사, 시대흐름·소통 신경써야
한인 단체들이 세대교체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한인사회 올드타이머들이 잇따라 별세하고 이민 1세대들의 은퇴도 많아지는 가운데 이에 따라 주요 단체들에 젊은 리더들이 회장을 맡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체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종종 세대 차이로 인한 부작용도 확인되고 있다. 또 시대가 빠르게 변하며 젊은층의 한인사회 내 활동 필요성이 높아지고 코로나19 사태가 이를 앞당긴 상황이지만 젊은층의 영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젊은층이 빠져나가거나 유입이 없어 사라지는 단체들도 있어 세대교체의 명암을 보여주고 있다.
■차세대 젊은 단체장들
이민 1세대가 회장을 역임해오던 한인회는 지난번 1.5세 로라 전 회장(당시 56세)을 거쳐 현재 미국에서 태어난 제임스 안 회장(42)이 당선됨으로써 첫 2세 한인회장이 탄생했다. 로라 전 회장이 부임하기 전만 해도 60대 이상이 주류였던 이사진도 현재 40대와 5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LA평통은 이번 20기 회장은 이제 막 50대가 된 이승우 변호사(51)다. 17기 임태랑 회장, 18기 서영석 회장만 해도 회장이 7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이상 차이나는 상황이다. 6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던 임원 및 분과위원장들도 부회장 중 첫 40대, 분과위원장 중 첫 30대가 생겼고, 60대 미만이 분과위원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더욱 젊어졌다.
인랜드 한인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역대 최연소, 최초 여성 회장인 김민아 회장(48)이 취임했다. 이사진도 이사장을 포함해 40대들이 거의 대부분이며 30대도 있다. LA북부한인회 역시 50대 초반의 피터 백 회장(53)이 올해 임기를 시작했는데, 두 기수 전만해도 회장의 나이는 70대였다.이외에도 남가주 충청향우회의 사무엘 서(50) 신임회장은 직전 회장과 나이가 20년 이상 차이가 나는데 60대가 대부분이던 임원진도 40대와 50대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긍정적 변화
제임스 안 회장은 캘리포니아 고용개발국(EDD)에 직접 전화해 지급이 중단된 실업수당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민원을 본인이 직접 돕고 있다. 영어와 온라인 업무가 능숙해 EDD와 같은 정부기관과는 물론, 다양한 사업을 위해 타인종 리더들과도 직접 연락해 협의한다. 평소 본인이 최일선에 뛰고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대처도 빠르다. 또 시대에 발맞춰 직접 카톡방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한인들과 소통한다. 젊어진 이사진 역시 이에 기여함은 물론 주류 사회와 소통을 넓히고 한인회의 영역을 넓히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이승우 회장의 경우 임명 발표 당시 잡음이 있었지만, 현재 LA평통 사무국과 자문위원들 사이에선 ‘젊은 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통일 교육 대학원 개설, 주니어 평통 개설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랜드 한인회, 북부한인회 등도 활동 확대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피터 백 회장은 “트렌드에 맞춘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동작이 빠르며, 온라인 세미나 개최 등도 한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과도기적 문제와 부작용
일부 단체에선 간혹 세대간 이념 차이 등으로 갈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헝그리 정신과 같이 본인 세대에 갖고 있던 이념이나 가치관, 문화를 후배 세대에게 강요한다거나 새로운 생각에 귀를 닫는 경우도 여전히 허다해 기존에 있던 젊은층도 빠져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 교체가 급진적으로 이뤄진 조직 일수록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간혹 ‘말로만’ 세대교체를 원하고 실제로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며 세대교체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기성 세대들이 있다고 또 다른 한인 단체 관계자는 지적했다.
■전망과 과제
한인 단체들 사이에서 차세대 영입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화, 기술, 소통 방식과 트랜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욱 부추겼다. 비대면 온라인 회의와 행사가 급격히 늘어났고 빠르게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및 젊은층 영입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 생존의 기로에 서있거나 자연스럽게 사라진 조직도 많다고 일부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실례로 최근 노년층만 남은 한 한인 단체는 이메일 사용을 포함한 온라인 업무가 전혀 불가능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무엘 서 충청향우회장은 “한인 동문회나 향우회들도 많은데 평균 연령이 높고 젊은층이 유입이 안되다 보니 사업과 규모가 크게 축소되는 곳들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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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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