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인류학자인 Elizabeth Marshal Thomas의 헤밍웨이 수상작 ‘Reindeer Moon’(번역판 ‘세상의 딸들’)을 읽었다. 2만 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 시베리아 남부지방의 원시부족여인들이 빙하의 대지에서 사투하는 삶의 얘기다.
일부다처제 아래서도 여자의 존재가치를 극명하게 표출, 읽는 내내 참담하고 숭고함에 휩싸이게 만든다.
그들은 짐승 가죽을 옷처럼 몸에 걸친 채, 한 공간에서 집단거주 했다.
구석기의 주거지도 동굴이나 맘모스의 다리뼈를 기둥삼고, 등자나무가지를 순록껍질로 만든 끈으로 묶은 다음, 사슴뿔과 가죽, 진흙으로 위를 덮은 오두막이다.
주식도 유일한 생활도구인 돌로 만든 칼, 창, 도끼와 덫으로 사냥한 동물의 고기와 식물의 열매가 전부다. 그러다보니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순록 떼를 쫓아 옮겨다녀야만했다.
여주인공의 엄마가 그렇게 이동하는 와중에 난산을 한 후, 행군하다 피를 너무 흘려 죽는다. 젖을 못 먹게 된 아기는 속수무책으로 가련하게도 굶어죽고. 얼마 후엔 아버지마저 사냥하다 승냥이한테 물린 손의 상처에 독이 퍼져 세상을 떠난다.
그렇게 졸지에 고아가 된 주인공과 어린 여동생은 거친 삶의 풍파에 당당하게 맞서야만 했다.
문명사회라면, 병원이나 우유, 약만 있으면, 쉽게 다 해결되는 문제였다.
원시인들의 열악한 생존환경이 참 딱하고 비참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인류는 위대해 이후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쳐 원시인들은 상상조차 못했던, 고도로 편리화 된 문명과 문화세계로 발전했다.
현 시대에 존재하는 내 자신이 얼마나 행운이고 감사한지 모른다.
오히려 지금은 지나친 문명의 혜택과 빠른 변화의 물결에 겁이 날 정도니까.
그렇게 문명인들은 원시인들보다 의, 식, 주의 질이 고차원으로 호사스러워졌다.
고로 사회의 평화와 안정도, 시민들 삶의 만족도에서도 과연 그들보다 우위일까? 글쎄다!
원시인들은 거의 맨 손으로 오직 생존을 위해 자연의 횡포나 사나운 짐승들과 대적하다 스러졌다.
현세처럼 아무 잘못 없고, 이유도 모른 채, 인간이, 인간에 의해, 억울하고 부조리하게 떼죽음 당하는 비극은 없었다.
적어도 그들 시대엔 무차별 총격이나, 가증한 테러는 없었으니까. 더해서 결단코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 따위는 절대 없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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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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