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벼는 벼끼리 살아간다. 한 날 한 시 싹터 한 날 한 시 베어진다. 잘났다고 웃자라도 안 되고, 못났다고 우울해도 안 된다. 서로 기대고 껴안으며 닮은꼴로 자란다. 들풀들이 살던 풀밭은 반듯한 논이 되었다. 논은 사원처럼 엄숙하고 고요하다. 농부들이 정성껏 분무한 화학적 향기가 자욱하다. 고만고만한 동갑나기들 지혜로만 익은 벼들이 황금빛으로 물결친다. 고귀한 낱알은 흙에 떨어지면 안 된다. 모래 한 알, 풀씨 한 톨 섞여도 안 된다. 쥐도 새도 안 되고 사람의 밥이 되기 위해 생을 다한다. 한 시대를 버티게 해주던 시를, 또 다른 시대에 꺼내어 햇볕에 말린다. 반칠환 [시인]
<이성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