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가 한 몸이다
어느 바다를 떠나왔을까
물결무늬 한 벌
맨살에 이는 파도가 출렁거린다
바다의 제 짝을 잃어버리고
뭍에서 만난 다른 짝
뒤늦게 만난 운명이라고
짜디짠 가슴에 품고 있다
소금으로 절인 생
쓰라린 살점도 아랑곳 않는
백주에 벌이는
저 낯 뜨거운 포옹
좌판이 들썩거린다
죽음까지 가려고 맹세했을까
몸을 포개고 누운 연인 한 쌍
비릿한 불륜이 싱싱하다
‘자반 고등어’ 김미연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푸른 파도 원단을 가르고 다니던 바다의 재단사들이다. 쉴 새 없이 지느러미 가위 마름질하여 바다 시민들의 물옷을 지어 입혔으리라. 무리 생활을 하니 연애는 다반사였으리라. 번개처럼 빠르고 전류처럼 짜릿했으리라. 어느 날 바다 천장을 미끄러지듯 선단들이 몰려왔으리라. 눈부신 미래 같은 집어등을 거부하기 어려웠으리라. 분방한 자유연애를 끝내고 경건한 영혼의 짝을 만나게 되었으리라. 속없는 이를 속없이 껴안고 바코드를 발급받았으리라. 집집마다 홈스테이 신혼여행 온 국민생선 부부는 지글지글한 프라이팬 아랫목에 극진히 모셔졌으리라. 속이 든든해진 사람들과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낯선 지상에서 시티 투어를 할 것이다. 반칠환 [시인]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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