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하겠나/ 내 옆을 굳게 지키겠나/ 그대가 염원하는 세상이/ 바리케이드 너머에 있네/ 자유로울 권리를 획득하리니/ 함께 싸우자/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2019년 8월10일 ‘홍콩-중국 범죄자 인도법’에 반대해 수천여 명의 홍콩 사람들이 노래하며 시위하는 영상이 주도자 조슈아 웡의 트위터에 올라왔다. 같은 달 31일의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연대를 간절히 호소한 트윗이었다. 웡은 30일 경찰에 체포됐고 31일 집회는 취소됐지만 법안은 철폐됐다. 이 노래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대표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는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다. 간단하게는 ‘피플스 송(People’s Song)’으로 불린다.
이 뮤지컬은 프랑스 최고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져 1980년 파리에서 초연됐다. ‘영국의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 사상 최장기간 공연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클로드미셸 쇤베르크가 이 노래의 곡을 만들고 알랭 부블릴, 장마르크 나텔(프랑스어)이 가사를 붙였다. 가슴 벅차오르는 선율과 가사 내용 덕분에 세계적으로 시위 현장에서 널리 불렸다. 2013년 튀르키예 게지 공원 철거 반대 시위, 대만 반정부 시위, 2014·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2021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등에서 쓰였다. 아랍에 민주화 열풍이 몰아칠 때는 중동의 여러 국가들이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에 진출한 폭스콘의 노동자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보안요원·경찰들을 향해 행진하는 영상도 퍼지고 있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 등장했던 ‘백지 시위’도 꼬리를 물고 있다. 시위 구호는 ‘반(反)봉쇄’에서 ‘시진핑 퇴진’ ‘언론 자유’ ‘인권 보장’ ‘투표’ 등 ‘반정부’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번 시위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북한 등 전체주의 독재국가들의 시스템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가치 동맹을 다져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오현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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