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뉴욕, 한 프랑스 청년이 택시에 올라탔다. 청년이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누며 ‘프랑스 하면 딱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묻자 ‘크리스찬디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택시 기사가 명품 브랜드를 망설임 없이 떠올리는 것에 청년은 충격을 받았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절감한 청년은 그로부터 19년 뒤 글로벌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수장이 된다. 그가 바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다.
1949년 프랑스 북부 노르주 루베에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난 아르노는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에 입학할 정도로 명석했다. 1971년 졸업 후 부친의 건설 회사에 들어가 1979년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1981년 사회당으로 정권이 바뀌자 미국으로 떠나 부동산 투자로 사업을 키웠다. 다시 3년 뒤 아르노에게 디올의 모기업인 부삭그룹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1984년 귀국하자마자 부삭을 인수했고 이를 기점으로 명품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특유의 경영 능력으로 2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고 이를 발판 삼아 LVMH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1989년 26억 달러에 LVMH를 인수했는데 그의 나이는 불과 마흔이었다. 이후 겐조·지방시·겔랑·펜디·태그호이어·불가리 등을 속속 인수해 현재 70여 개 패션 및 주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명품 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1987년 15억 유로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642억 유로로 급증했다. 아르노 회장은 “기업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몰락을 의미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명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집계하는 실시간 억만장자 명단에 따르면 12일 아르노 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부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가 보유한 순자산 규모는 1,862억 달러로 머스크의 자산 1,813억 달러를 넘어섰다. 기업이 글로벌 정글에서 정상에 우뚝 서려면 초격차 기술과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창의성으로 무장해야 함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기업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몰락’이라는 아르노 회장의 신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정민정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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