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 무력화 반발, 혼돈의 이스라엘…입법화 중단 요구 국방장관 해임
▶ 성난 시위대 총리 관저까지 돌격, 백악관 “빨리 타협을” 강한 경고…결국 사법정비 입법 연기 밝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 사법 개혁을 반대해 온 국방 장관의 해임을 결정하자 총리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파 연정에서 추진해온 ‘사법 정비’ 입법 절차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야권과) 대화를 위해 타임아웃을 갖기로 했다. 국민 분열을 방지하고 폭넓은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사법 정비 입법안에 대한 2∼3차 독회(讀會)는 의회 휴회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내전을 피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앞서 네타냐후와 면담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측은 입법 절차를 크네세트(의회) 다음 회기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네세트는 유대민족의 출애굽을 기념하는 명절인 유월절(4월 5∼22일)을 전후로 휴회하며 다음 회기는 5월 초에 시작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지금 위험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법 정비 입법에 저항해온 야권을 겨냥해 “나라를 갈라놓는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있다”며 “하지만 나는 나라를 갈라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만약 입법이 진짜로 그리고 완전히 중단된다면 우리는 진짜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과거 (네타냐후의 거짓말을)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의 말에 속임수가 없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어제 네타냐후가 측근들에게 진정한 입법 중단은 아니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접했다”며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야당인 국가통합당 대표인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은 “안하는 것보다는 늦은 게 낫다”며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해온 이츠하크 헤르초크 대통령은 입법 중단 결정을 환영하면서 “최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정비 입법에 반기를 들었다가 해임된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부 장관은 대화를 위한 입법 절차 중단을 환영했다.
또 미국 백악관과 영국 외무부 장관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우파 연정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추진해왔다.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 선정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입법의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2주 연속 대규모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특히 군 전력의 한축을 이루는 예비역 군인들이 야권의 뜻에 동조해 잇따라 훈련 불참을 선언하고 복부 거부 움직임까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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