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벗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회포를 풀고 바다가 좋아 부산에 정착했다는 그의 근황도 들었다. 집 가까운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보이는데 종종 근처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긴다고 했다.
그는 “자네는 원자력 한길을 걸어왔으니 누구보다 잘 알겠다”면서 고리2호기 계속운전이 안전하냐며 내 눈을 바라봤다. 40년 전에 지어서 오래된 원전은 위험할 것 같고, 최근 건설된 원전보다 미덥지 않다고 했다. 잠시 고민을 하고 최대한 쉬운 말로 간단하게 설명했다.
“계속운전의 첫 번째 기준은 무조건 안전이네. 우리나라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기준이 미국보다 높은 것은 알고 있나. 성능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 싶으면 설비를 교체하거나 개선하니까 아무 염려 안해도 되네.”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있던데.”
“지역 주민들에게 계속운전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의견도 수렴하고 있네. 발전소 주변에 사는 이웃들이 충분히 이해하면 과학적 사실이니까 마음을 열어주실 거야.”
“그런 어려운 길을 굳이 가려고 하는 이유는 뭔가.”
“고리2호기는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팔팔한 현역이네. 에너지 전쟁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으니 슬기롭게 활용하는 게 맞지 않겠나. 미국은 92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계속운전 심사 중이거나 신청기한이 안 된 원전 등 8기를 제외한 84기의 계속운전을 승인했다고 하네. 안전하지 않으면 그럴 리 없지.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5%에 달하네.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에너지 안보를 지켜야만 해.”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 믿음이 가네. 원자력발전소 옆에서 낚시를 즐겨도 걱정없겠구먼.”
비로소 그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의 대화는 고리2호기 계속운전 추진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줬다. 세심히 주민들과 대화하고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해 믿음을 주는 이웃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안전은 신뢰의 문제다. 정보의 결핍보다 신뢰의 부족이 불안을 안겨준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쌓은 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자산이 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신뢰를 쌓고, 안전을 기본 전제로 고리2호기를 계속운전해야 하겠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이 주민들에게 인정과 성원을 받아 모범적 사례로 남고 소중한 신뢰의 자산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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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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