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국민들이 ‘중국과 대만의 대리전’이 된 대통령선거에서 ‘친(親)대만’ 성향의 보수 집권당 후보 산티아고 페냐의 손을 들어줬다. 개표 종반에 콜로라도당 소속인 페냐 후보는 43%가량의 표를 얻어 득표율이 28%에도 미치지 못한 중도좌파 야당 후보 에프라인 알레그레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중남미에서 확산되는 좌파 물결인 ‘핑크 타이드’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선되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한 야당 후보가 낙선하자 대만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알레그레가 당선됐으면 대만의 수교국이 불과 12개국으로 쪼그라들 뻔했기 때문이다. 3월에는 중남미의 온두라스가 경제 지원 등을 이유로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 성장의 그늘에 놓였던 대만이 최근 몇 년 새 다시 부상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삼성전자가 강한 메모리 분야에서 TSMC가 강한 비메모리 분야로 옮겨가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TSMC의 기업가치는 2019년에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지난해에는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2,811달러로 한국(3만 2,237달러)을 추월했다. 2004년 이후 18년 만의 역전이다. 대만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3.2%씩 성장해 한국의 성장률(2.6%)을 앞섰다.
대만에는 화려한 빛에 못지않게 그림자도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이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을 손아귀에 넣은 데 이어 대만 통일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예상 연도까지 거론되고 있다. 2025년은 대만 총통선거와 미국 대선 이듬해, 2027년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4연임 결정, 2035년은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의 목표 연대라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대만은 수교국이 13개국에 불과한 데다 중국의 침공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결국 대만의 영토와 주권을 지키려면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하고 미국·대만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도 대만과 유사한 안보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총체적 국력을 키우면서 가치동맹을 튼튼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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