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닌그라드란 지명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러시아령의 땅이다. 그런데 러시아 본토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면서 북쪽과 동쪽으로는 리투아니아에 접해 있다. 남쪽은 폴란드이고 서쪽으로는 발트 해에 접해 있다.
칼리닌그라드란 지명은 러시아어로 ‘미하일 칼리닌의 도시’를 뜻한다. 볼셰비키 혁명의 영웅을 기념해 지은 지명이다.
이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 곳을 상실하면 러시아로서는 발트 해에 해군력을 투사할 방법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요충지이다.
칼리닌그라드는 얼마 전까지도 독일 땅이었다. 본래 이름은 쾨니히스베르크다. 독일을 최초로 통일한 독일 제국의 주역이자 전신이었던 프로이센 왕국의 두 주역 중 하나인 독일 기사단국-프로이센 공국의 수도였고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나치 독일의 제2차 세계 대전 패망 이후 동프로이센의 중남부는 폴란드에, 북부는 소련에 각각 할양되었다. 칼리닌그라드는 소련 본토와 이어져 있었으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발트 3국이 독립하면서 러시아 본토와 분리되고 만 것이다.
2023년 5월 10일 이 땅을 둘러싸고 주요변화가 발생했다. 폴란드가 지명 표준화 방침확정과 함께 이 땅의 이름을 더 이상 칼리닌그라드로 부르지 않고 본래 독일식 이름인 쾨니히스베르크로 고쳐 부르기로 결정한 것.
폴란드가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한 날짜가 그렇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맞이한 두 번째 전승절(5월 9일)기념행사를 대폭 쪼그라든 규모로, 아주 초라하게 치른 바로 다음 날이다. 그 타이밍에서 뭔가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다.
그 땅은 더 이상 러시아 땅이 아니라는 무언의 선언이자 과거 스탈린 시절 소련의 억압적 통치 기억도 지우기 위해 계산된 조치라고 할까.
리투아니아가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칼리닌그라드를 역시 쾨니히스베르크로 고쳐 부르기로 결정한 것. 그 날이 5월 12일이다. 그리고 나흘 뒤인 5월 16일에는 라트비아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가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땅의 러시아식 지명을 일방적으로 지우고 본래 이름을 복원시킨 것이다. 그것도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변방의 작은 나라들이.
소련시절은 말할 것도 없다. 러시아가 비교적 말짱(?)했던 수년 전만 해도 상상조자 못한 일이었다. 무엇을 말하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졸전에, 졸전을 거듭해왔다. 그 러시아의 위상이, 국제적 영향력이 현저히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또 다른 사태는 몰도바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줄곧 소속해 있던 러시아판 영연방이라고 할 독립국가연합(CIS)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이고르 그로수 몰도바 의회 의장은 몰도바는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유국가임을 천명하면서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과거 소련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러시아 영향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몰도바도 공공연히 러시아에 도전을 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탈러시아 도미노 현상으로 어쩌면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유사한 사태를 예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맞는 진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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