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핏 낙관 후 ‘일 증시 재평가’ 바람, 유럽까지 주식 사들이며 투자 확산…버블 붕괴 후 33년 만에 최고 주가
▶ 호실적·저금리·주주친화 정책 매력, 침체 벗어나 ‘성장 궤도 복귀’ 주목… “장기적 신뢰 더 회복돼야” 신중론도
일본 도쿄증시 주요 지수가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몰려드는 해외 투자자 덕분이다. 이들은 일본 경제가 30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주목한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해외 투자자는 4월 초~5월 3주까지 일본 주식을 약 5조6,000억 엔(약 52조8,78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봄 유럽과 미국의 약 40개 투자처를 방문한 UBS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높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 재팬’을 이끈 일차적 요인은 ‘버핏 효과’다. 지난 달 버핏은 이토추상사 등 일본 상사 주식의 보유 비중을 늘렸다고 공개했다. 이달 초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대만보다 일본이 좋은 투자처다. 일본 기업의 투자처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버핏처럼 일본 증시를 재평가하는 해외 투자자를 ‘미니 버핏’이라 부르면서 유럽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운용사 카르미낙은 최근 일본 전기 및 자동차 주식을 사들였다. 영국 제노자산운용의 제임스 솔터는 4월 새 일본 펀드를 설립해 단기간에 2,500만 파운드(약 408억 원)를 모았다.
일본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장기 엔저로 주요 대기업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닛케이지수 구성 종목의 주당 이익 증가율은 3배가 넘고, 미국 500대 기업의 2배가 넘는다. 낮은 조달 비용도 매력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한 반면 일본은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하고 있어 저렴하게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주 친화 정책도 재평가 요인이다. 지난달 초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사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 수준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청산 가치보다 낮다는 뜻이다. 이에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 대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탈피해 성장 궤도로 복귀하느냐 여부다. 지난해부터 30년 동안 제자리이던 물가가 올라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압박에 힘입어 일본 기업의 노사 임금협상은 올해 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인상률로 타결됐다. 카르미낙의 자산운용 책임자는 “임금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일본 경제가 잠에서 깨어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운용사 GMO의 일본 주식 담당자도 “임금 인상이 소비와 설비 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의 ‘바이 재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경제에 대한 장기적 신뢰가 회복된 후에야 단기 자금 위주인 현재의 해외 매수세에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가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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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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