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의 실업 문제가 사상 최악의 상황이다. 6월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5월(20.8%)에 이어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부모에게 얹혀사는 ‘컨라오족’ 등을 실업자에 포함하면 실업률 수치가 46.5%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WP와 인터뷰를 가진 한 20대 청년은 “회사에 취업했다가 박봉 때문에 그만두고 부모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전업자녀’가 됐다”고 말했다. 전업자녀는 회사에 다니지 않고 전업주부처럼 집안일과 돌봄 등 가사 노동에 전념하는 청년들을 일컫는 중국의 신조어이다. 전업자녀들 중에서는 부모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업무 조건 등을 협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컨라오족과 달리 노동력을 제공하고 상응한 보수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소 진화됐다고 볼 수도 있겠다.
컨라오는 부모를 갉아먹는다는 뜻의 중국말이다. 1990년대 서구에서 골치 아픈 사회 문제를 일으켰던 ‘캥거루족(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과 발음이 유사해 같은 뜻을 지닌 컨라오족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한 컨라오족의 문제는 서구에 비해 더 극심했다. 1978년부터 시행된 중국의 한 자녀 출생 정책 탓에 집집마다 자녀들이 외아들인 ‘소황제’, 외동딸인 ‘소공주’로 떠받들어진 영향이 크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이 세대 젊은이들은 성장해서도 경제적 독립을 미루고 부모의 도움을 계속 받게 된 것이다. 한때 중국에서는 65%가량의 가정이 ‘컨라오 현상’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중국에서 컨라오족을 넘어 전업자녀들까지 나타난 이유는 최악의 청년 실업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3연임의 독재 체제를 굳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과 빅테크 기업 때리기 등 반시장주의 경제정책으로 고용 창출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탓도 크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샤오캉 사회(小康社會·의식주 걱정 없는 사회)’에 대해서도 “피상적이다”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당장 이번 여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 명의 대졸자들이 취업 시장에 나오게 된다. 중국 청년들은 최악의 취업난에, 공산당 정부는 최악의 체제 위기에 직면했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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