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침 해도 캄캄한 곳에서 와서 세상 모든 곳을 다 비출 듯 환하지만 쥐구멍 하나의 어둠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캄캄한 저녁으로 사라집니다. 오늘 지구에 닿는 별빛 중 어떤 것들은 이미 사라진 별의 눈짓일 수도 있지요. 애초에 샅샅이 아는 사이였으면 무슨 설렘이 있었을까요. 살면서 끝까지 알아버렸다면 얼마나 서로 가난해질까요. 우두커니와 우두커니는 아득히 먼 데를 돌아 다시 설레겠지요 [시인 반칠환]
<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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