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선선하게, 그러나 여름의 더운 뒷자락이 조금은 남아있던 주일날 오후. 미주한인독립운동의 요람-샌프란시스코 책 출판기념행사 초대장을 받은 나는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했다. 출판기념회는,1905년 미국에 입국한 후 고국의 아픔을 뒤로하고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는 대신 분연히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그들의 젊음을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의 애잔함을 느끼게 한 행사였고 또한 안창호열사, 장인환, 전명운 의사들의 열정이 바로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음을 새삼 일깨운 기회였다. 사진과 함께 역사적인 발자취을 기록하고 정리하느라 수고한 분들 덕분에 미주한인 역사는 아직도 살아 움직인다고 믿는다.
그런데 미주 한인들의 발자취는 어느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나와 내 다음세대의 후손들이 이 땅에서 계속 이어가야 할 삶의 역사이다. 비록 독립운동 같은 시대적 사명은 없을지라도 한국인으로서 타 민족과의 삶을 어떻게 영위하며 미국 문화의 새로운 리더로 존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안중근의사는 그의 동양평화론에서 동양인들의 화합을 외쳤다. 그는 러일전쟁 이후 배상문제를 논함에 따른 불평등 결과에 한탄하며 동양인들이 서로 뭉쳐야 함을 주장했는데, 100여년 전의 그의 생각이 지금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듯하다.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를 중요시하며 가족간의 우애와 사랑을 우선시 하는 동양적 윤리가 미국사회 내의 삶 속에 녹아들어 지금 시대에 빛을 발하는 정신적 가치로 승화될 수 있다면 어떨까. 소셜미디어 영향 아래 개인의 삶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자유가 아닌 방종에 가까운 개념들이 너무도 만연한 지금의 시대는, 진지함이 결여되어 사뭇 건조하게 느껴진다. 욕설이 자연스럽게 난무하고 폭력이 미화되고 사람보다 동물에 더 애정을 쏟으면서 점점 사람다운 냄새가 퇴색되어지는 이 사회에, 가족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적 가치의 물결을 일으켜서 새로운 문화 리더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가까운 아시안 커뮤니티와도 연계해서 비슷한 문화 요소를 찾아내고 상호 가치 상승을 위한 협력을 도모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요즘은 한류가 세계 문화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라, 내가 처음 이민왔을 때와 비교하면 요즘 아이들은 훨씬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문화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이끌어 갈 수 있을게다. 우선 나부터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가족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이 따뜻해질 수 있도록 해야지. 엄마의 역할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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