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다 가는데 아직 찬 바람이 매서운 날이 있다. 젊어서는 돈을 벌어야 하니 동북부의 이런 추위가 견딜 만했는데 나이 들어서는 무릎이 시려서 따뜻한 남쪽으로 떠난다던 말이 떠오른다. 주변에도 플로리다로 은퇴해서 노년을 마치는 분들이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그런 제목의 영화가 있던데 아마도 플로리다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 말일 게다.
그런데 이거 아시나. 플로리다에 젊음의 샘(fountain of youth)이 있다는 걸. 그 샘물에 쭈글쭈글 껍질만 남은 몸을 담그면 탱탱한 청춘으로 돌아온다는!
16세기 초 항해의 시대에 카리브해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내려오던 전설이라고 한다. 진시황의 불로초이던가. 그 샘을 찾아서 스페인 탐험가 후안 폰세 데 레온이 발을 디딘 곳이 플로리다 땅이다. 그때가 1513년, 부활절을 앞둔 꽃의 축제 기간이어서 플로리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렇게 스페니쉬에 어원을 둔 주이름에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네바다, 콜로라도, 몬태나가 있다. 누에보 메히꼬, 뉴 멕시코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늘 꽃처럼 풋풋한 나한테야 그다지 의미 없는 이 구라에 끌린 것은 라틴 마켓에서 일하게 되면서다. 치약, 화장품 코너에 올려진 목이 긴 작은 녹색 병이 눈에 들어왔다. 울긋불긋한 요란한 레이블에 또렷이 새겨진 아구아 플로리다. Agua (de) Florida, Florida Water. 이것이 뭐에 쓰는 물건인고. 모르면 구글 아닌가.
구글 가라사대, 플로리다 워터는 묽은 향수다.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히트친 콜롱(Cologne)을 흉내내어 뉴욕의 유태인 상인이 만든 일종의 짝퉁인데 오렌지향으로 변형시켰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그 향기로 젊게 어필하라는 걸까. 일종의 과대광고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향수가 중남미에 도입되면서 일종의 성수(聖水)라는 신비함이 얹어진 것이었다. 제사의식에 있어 삿된 것들을 쫓아내 성결함을 가져오는 영적 의미가 붙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부쉬맨의 코카콜라 병처럼. 서구의 물질문명을 선망 속에 허겁지겁 따라가던 우리에게도 무언가 이런 변주가 있지 않을까.
홍콩에서는 꽃이슬, 화로수(花露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그래도 양심적이네.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화요일 교육섹션에 정재욱 씨의 글을 연재한다. 소소하지만 공감이 가는 일상과 삶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눈다. 이 글 시리즈의 현판 ‘워싱턴 촌뜨기’는 미국의 수도에 살고는 있으나 여전히 낯설기만 한 ‘촌뜨기 신세’라는 작가의 뜻에 따라 붙였다. <편집자 주>
<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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