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 꽃동네 신부 SD성당서 ‘사순피정’ 미사
▶ “비참한 삶 사는 사람들에게 예수도 함께 계셔”

아이티 꽃동네 400여명이 미사를 드리고 있다. [아이티 꽃동네 제공]

아이티 꽃동네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SD한인천주교회 민광호 요셉 신부.
“장사를 지내려고 냉동고에서 시신을 꺼내는데 부패가 진행돼 시취(屍臭)가 코를 찌르고 체액(體液)이 흘러내리며 손이 닿은 부분의 살이 뭉개지는 바람에 겨우 관에 옮겼습니다.” 발전기로 가동한 냉동고가 또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관을 흥건히 적신 체액이 자동차에 흘러내린 악취에 필사적 거부 반응을 일으킨 장기의 방어적 구역질로 운구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을 주십니까? 언제까지 이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합니까? 왜 여기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고통을 주시고 보시기만 하십니까? 불현듯 상념이 스치며 차의 창문을 모두 열고 냄새 좀 없애 달라고 기도하려는데 의도와는 달리 ‘주님 제가 이 악취를 참아 내겠습니다. 주님은 이 시신의 영혼을 구원해 주소서’ 이렇게 기도를 드리고 나자 다가오는 냄새가 감사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닌데 그런 기도가 나온 것도 신기하고 기도를 마치자 불편함이 감사함으로 바뀐 것도 신기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장례에 예수님은 정말 함께 하십니다“
아이티 꽂동네 정 신부가 지난 2~3일 SD한인천주교회에서 사순피정을 했다. 오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출발 일에 공항을 점령한 괴한들이 항공기에 총격을 가하는 바람에 운항이 중단돼 이튿날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아이티는 정부기능이 마비돼 무법천지가 된지 오래고 살상과 약탈이 일상화 됐다. 꽃동네 신부의 일과는 이 와중에 길거리나 병원에 버려진 사람들 가운데 중증인 사람만 꽃동네로 데려온다고 했다. 병원이라고 가보면 늘 한 쪽에는 시체 4~5구가 방치돼 부패한 시취가 진동하고 환자들이 복도에 널부러져 있다. 의사와 시설 부족,제한된 전력 공급으로 영안실을 운영할 수 없다. 정 신부는 이 중 눈에 띄는 중중환자를 꽃동네로 데려오는데 이렇게 해서 꽃동네로 들어온 사람들이 400여명에 이른다고했다. 처음에는 노인들만 모셔왔지만 임신한 채 정신병원에 실려온 소녀, 중증 어린아이도 돌보기 시작하면서 식구가 늘었다.
꽃동네 주변은 늘 갱들간 세력 다툼으로 수시로 주도권이 바뀌며 꽃동네 담을 넘어 털러 들어오고, 미사시간에도 여기 저기서 저들끼리 ‘퍽퍽’ 주먹질이 오가고, 닭과 돼지들이 괴성을 내며 돌아다는 등 그냥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다. 이러한 무질서, 예수님에 무지한 사람들이 갈 곳 없어 모인 곳, 갈등과 주먹다짐이 오가고, 서로의 물건을 훔치고, 먹는 것 가지고 치사해 지는 곳, 서로 상처받고 무시당하는 곳 (바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아이티 꽃동네이고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사람들을 예수님은 더 사랑하고 은총을 베푸신다는 것을 꽃동네 생활 12년차인 요즘 차츰 알게된다고 했다.
“예수님은 여러분에게 행복을 주시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일에 기꺼이 봉사하기를 원하시며 그 일을 하면서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무엇인가 큰 일을 이루기를 바라지 않으시고 지금 있는 자리를 잘 지키기를 원하십니다. 저도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제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꽃동네 입구에 쓰여져 있는 꽃동네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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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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