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은 병력을 공중에서 지상으로 투입하는 장비다. 정치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익숙하다. 군사정권 시절 권력과 가까운 사람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요직에 숱하게 앉혔다. 민주화 이후 사라져야 할 구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됐다. 정부를 비판하던 정당도 다르지 않았다. 선거철이면 ‘낙하산 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공정한 경쟁은 밀리고 이해관계가 앞섰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텃밭’일수록 자기 사람을 꽂으려 했다.
■국민의힘 대표 텃밭인 대구가 어수선하다. 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유력주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는 불신이 쌓였다. 장동혁 대표가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에게 뒤늦게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한 장면은 공천 거래를 연상시킨다. 대구시장은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이후 보수정당이 내준 적 없는 자리다. 그 민심을 얕잡아봤다.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이라는 오만에 여론이 돌아서면서 더불어민주당도 해볼 만한 곳이 됐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작동한다. 그래서 선거에 나설 후보가 중요하다. 후보 추천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헌법 8조 2항)하는 정당에 맡겼다. 권한에 따른 책임이 무겁다. 공천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는 낙하산 공천은 요주의 대상이다. 시의원 단수공천을 대가로 거액이 오간 혐의를 받는 민주당 강선우 의원 사건은 공천권 오남용의 단적인 사례다. 국민의힘도 서울 서초갑 시의원 경선 여부를 놓고 시끄럽다. 앞서 민주당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음성파일을 공개해 시의원 공천 개입 의혹이 일었던 지역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동네 일꾼 4,100여 명을 새로 뽑는다. 시·구의원이 워낙 많아 등잔 밑이 어두운 경우가 허다하다. 그 틈을 노려 텃밭을 오염시키는 낙하산 공천의 잡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제 편을 챙기려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면 표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경쟁 기회를 가로막는 기득권의 횡포로 비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좀먹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30년 지방자치의 공든 탑을 흔들어서야 되겠나.
<김광수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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