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은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의 찬성표를 얻고도 부결됐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모두를 포함한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대북 제재 위반 감시를 위한 전문가 패널은 이달 말 사라지게 됐다. 유엔 안보리가 평화 수호라는 설립 목적에 역행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안보리 개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 위주로 급조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구성 방식에 대한 개혁론 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는 상임이사국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거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9월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안보리를 현재 국제사회 상황에 맞게 개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안보리가 5개 상임이사국의 정치적 이해가 충돌하는 전쟁터로 전락했다”고 거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안보리 개혁론은 유엔 회원국들 간에 총론은 일치하나 각론이 엇갈리면서 마냥 헛돌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평화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압력을 가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방한 중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두둔한다”고 직격했다. 중러의 북한 핵·미사일 도발 방조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 패널을 대신할 대북 제재 위반 감시 수단을 마련하고 북중러 밀착을 압도할 만큼 강력한 한미일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문성진 서울경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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