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2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11개 직선 시장 자리 중 10개를 싹쓸이했고 보수당은 티스밸리 단 1곳만 지켰다. 노동당의 선거 압승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파키스탄계 무슬림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사상 첫 3선 런던시장이 된 사디크 칸이다. 파키스탄에서 런던으로 이주해 버스 기사로 일한 아버지와 재봉 일을 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칸 시장은 침실 3칸짜리 공공주택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자라나 하원의원과 교통부 부장관 등을 지낸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다.
칸 시장의 3선과 노동당의 지방선거 압승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영국 총선에서의 보수당 몰락을 예고한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 전문가인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보수당에는 40년 만에 최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보수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크게 동요하고 있으며 일부 하원의원들은 지도부를 향해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의 요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보수 집권당 몰락의 전조는 일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도쿄15구, 시마네1구, 나가사키3구 등 일본 3개 지역에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 결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세 곳에서 모두 이겼다.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입헌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내걸어도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라는 관측도 나온다. 20%대 지지율에 갇힌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최대 위기에 처했다. 반면 파나마에서는 ‘경제 재건’을 공약한 우파 후보 호세 라울 물리노가 5일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좌파인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현 대통령이 공직 부패와 외국인 투자 감소, 공공 부채 증가 등으로 심판 대상으로 지목된 가운데 대규모 일자리 창출,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을 앞세워 표심을 얻었다. 정파와 이념을 떠나 역시 선거 승패는 경제 살리기 능력에 달렸다. 그리고 독선적이고 부패한 정치는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문성진 서울경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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