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학자이자 통계학자인 데이비드 블랙웰은 1919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22세의 나이에 그는 일곱 번째로 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됐다. 이후 UC버클리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확률과 엔트로피 관계의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야의 핵심 이론을 수립했다. 블랙웰이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은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차세대 AI 칩을 생산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괴물 같은 성능을 자랑하는 이 반도체의 이름이 바로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엔비디아가 신제품에 천재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생산 제품인 ‘호퍼100(H100)’의 제품명은 전설적인 여성 컴퓨터 과학자인 그레이스 호퍼(1906~1992년)에서 가져왔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해군에 지원한 호퍼는 탄도 계산을 위해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으며 이후 코볼 등 컴퓨터 언어 개발에서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엔비디아는 이에 앞서 19세기 여성 수학자이자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붙인 GPU를 내놓은 적도 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니콜라도 과학자 이름을 딴 작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두 회사는 오스트리아 출신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성(姓)과 이름을 각기 사명으로 삼았다. 연구광인 니콜라 테슬라는 연구실에서 많은 기행을 저지른 괴짜 과학자로 유명하다. 과학자 이름을 차용한 빅테크들의 작명은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려는 의도와 동시에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경의와 존경의 뜻도 담겨있다. 수많은 해외 네티즌들이 옛 과학자들의 이름 딴 제품명에 대해 ‘쿨’하다고 환호하는 것도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경제적인 보상이 큰 직업을 조사하면 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최상위권에 꼽힌다.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대접이 상대적으로 박한 한국도 낡은 풍토가 바뀌어야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이혜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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