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청소부 출신인 이수진 야놀자 대표의 성공 스토리는 익히 알려져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이 대표는 2005년 달랑 5000만 원을 들고 창업했다. 그럴 듯한 배경과 학벌도 없었던 그는 현장 바닥의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국내 1위 숙박 예약 플랫폼을 키워냈다. 야놀자의 나스닥 입성은 그의 흙수저 성공 신화에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야놀자는 최대 90억 달러(약 12조 원)의 기업가치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 대표는 2조 원에 육박하는 돈방석에 앉게 되는 셈이다.
야놀자는 한국 플랫폼 기업 중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아마존 웨이’를 따르고 있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창업 초기 대규모 적자를 불사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장악에 몰두했다. 아마존이 점유율 1위로 올라선 후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신성장 동력을 발판으로 삼아 빅테크로 발돋움했다. 아마존은 1995년 창업 후 7년간 ‘의도된 적자’를 내면서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으며 상장 이후 20만 %라는 경이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야놀자도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자본을 투입하고 몸집을 키워왔다. 그 과정에서 적자 행진(2015~2019년)은 불가피했다. 최근 흑자로 돌아섰지만 규모는 미미하다. 그럼에도 야놀자가 10조 원 이상의 몸값을 넘보는 것은 아마존 학습 효과가 통하는 미국 증시이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상장 이후 11년간, 아마존은 5년간 적자를 냈지만 자본 조달에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야놀자의 상장을 위한 최종 관문은 남아 있다. 만약 야놀자나 쿠팡이 미국행 대신 여의도 증시를 두드렸으면 어땠을까. 실적이 좋은 기업조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는 한국 증시에서 두 회사는 턱없이 낮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이다. 초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이 높은 혁신 기업을 키워낼 자본시장 없이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혜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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