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윤상현 ‘책임정치’ 견제구…한동훈측 “국민이 부르면 나가는 게 책임”
▶ 韓 “尹과 통화”에 元 “다들 했다”…나경원, 친윤 향해 “제2 연판장 안돼” 경고
국민의힘 차기 대표를 놓고 '4자 구도'를 형성한 주자들 사이에 21일(이하 한국시간) 치열한 신경전이 오갔다.
출마를 공식화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 등록을 사흘 앞둔 이날 상대방을 향한 견제구를 날리면서 공방을 주고받았다.
공방의 키워드는 총선 참패 책임론과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권 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한 한 전 위원장이 책임론을 고리로 집중 견제를 받았다.
원 전 장관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기 책임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남의 책임이고, 정치적 자산과 기회는 개인화하려는 식의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지 두 달 만에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의 출마가 패배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도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선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며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이철규 의원보다 10배, 100배는 책임져야 할 분이 한 전 위원장"이라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대표로) 들어왔을 때 당정 관계가 겁난다"고, 원 전 장관은 "(당정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정치력"이라고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불화설'도 겨냥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총선 직후 여론조사를 보면 총선 패배 책임이 대통령실에 있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며 "국민이 부르면 나가는 것이 책임이다. 총선 책임이 있는지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과의 불화설에 대해선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싸우려고 하겠는가"라며 "대통령을 도와서 국정 운영을 더 잘하고 민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격려를 들었다고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윤심이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는 게 일부 당권주자와 친윤(친윤석열)계의 시각이다.
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사석에서 대통령을 '그 사람'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신뢰 관계가 형성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아주 짧게 통화한 것으로 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라"고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자신도 "대통령에게 전화로 (출마를) 보고드렸고, 다른 주자와 똑같은 의례적인 덕담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윤 의원이 출마에 앞서 대통령실을 다녀갔고, 윤 대통령이 격려했다고 덧붙였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덕담도 아니고 의례적인 말을 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한 것처럼 이용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친윤계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친윤계 일부가 한 전 위원장의 독주를 저지할 '대항마'로 원 전 장관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다.
나 의원은 "줄 세우고, 줄 서고, 대통령실을 팔거나 또는 제2 연판장 같은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진행되는 형국이 '제2의 연판장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연판장' 사건은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초선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나 의원의 대표 불출마를 압박한 사건이다.
윤 의원은 회견에서 원 전 장관을 향해 "윤심에 기대어 나왔다면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또 지난주 만난 원 전 장관이 자신을 돕기로 했다가 전날 갑자기 출마 의사를 알려왔다면서, 원 전 장관의 급작스러운 출마에 친윤계의 물밑 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원 전 장관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출마에 대해 "내가 주체적으로 결심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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