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텔레비전이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냉장고가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벽이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노인이 혼자 듣는다. 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 안에, 안에만 듣는다.
‘혼잣말’ 남태식
살아온 내공이라 부르겠다. 리모컨을 누르면 제 할 말만 떠들어대던 텔레비전이 귀를 쫑긋 세우다니. 문짝을 열면 애 어른 구분 없이 다짜고짜 찬 김을 얼굴에 내뿜던 냉장고가 노인의 말을 듣다니. 오죽하면 벽에 대고 이야기한다던 그 벽에 귀가 생기다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물이 경청하게 만드는 것이로구나. 귓등으로 듣지 않고 안으로 새기는구나. 사물과도 저렇거늘 먼 데서 자식과 손주가 찾아온다면 삐걱거리는 대문이 왜 소리치지 않겠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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