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배터리 결함 때문에 전기차 3만1,963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리콜 사유는 배터리 화재 위험이었다. BAIC는 입장문에서 “일부 차량의 배터리 시스템 밀도 차이로 인해 고온 환경에서 잦은 급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셀 성능이 저하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콜 대상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를 만든 업체는 중국의 파라시스에너지였다. 이 회사는 즉시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파라시스는 중국에서 건설 회사를 운영하던 왕위 대표가 2009년 설립한 배터리 제조 업체다. 본사는 중국 장쑤성 간저우에 있다. 이 회사는 창립 후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등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판매가 급속히 늘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벤츠는 2020년 9억 위안(약 1,550억 원)을 투입해 파라시스 지분 3%를 매입하는 등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파라시스는 지난해 매출 23억 2000만 달러(약 3조1,800억 원), 배터리 출하량 15GWh(기가와트시)를 기록해 매출과 출하량 기준 모두 세계 10위에 올랐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CATL 36.8%, BYD 15.8%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품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인천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도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의 여파로 전기차 기피 현상이 나타나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배터리 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안전성 강화 등 품질 경쟁력 제고에 전력투구하고 정부는 전기차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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