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군이 지난달 27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를 시작했다. 1960년 전문의 제도 도입 이후 곡성군은 여태껏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었던 의료 불모지였다. 아이가 아플 때면 부모들은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광주광역시 등으로 원정 진료를 가야 했다. 매주 화, 금요일 오전 실시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출장 진료로 인해 주민 숙원이 조금이나마 풀린 셈이다.
곡성군이 소아청소년과 공백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은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를 통해서다. 지난 1월 시작한 지정기부 1호 사업 ‘곡성에 소아청소년과를 선물하세요’를 통해 목표액인 8,000만 원을 달성했다. 보건소 진료실 리모델링과 의료기기 구입 등에 보탬이 됐다.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7월 말부터 ‘곡성에 소아청소년과를 선물하세요’ 시즌2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2억5,000만 원을 모아 지역 상주 전문의를 채용해 매일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나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기부하면,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도입된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를 본뜬 것이다. 고향납세 도입 15년 만인 2023년 기부액 규모가 1조 엔(약 9조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호응이 상당하다. 다만 기부자의 절세나 특산품 쇼핑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다. 인기 있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에만 기부금이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대표적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경우 도입 첫해인 2023년 기부액이 650억 원에 그쳤다. 기부액 규모만 본다면 갈 길이 멀지만, 곡성군의 사례는 이 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기부자에게 기부금의 사용처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높여줬다. 지자체의 좋은 아이디어가 출향민뿐 아니라 지역문제 해결에 공감하는 이들의 참여까지 이끌어낸다면 고향사랑기부제의 안착은 그만큼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김회경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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