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발명가 얼 사일러스 터퍼는 1936년 듀폰사의 개발자 버나드 도일과 만나면서 플라스틱 소재에 눈독을 들였다. 1년간 듀폰에서 경험을 쌓은 터퍼는 석유정제 공정의 폐기물인 폴리에틸렌 슬래그를 정제해 가볍고 냄새와 독성이 없는 개량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46년 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에는 페인트 캔 뚜껑에서 착안해 공기와 액체를 차단하는 고무 패킹 뚜껑을 장착한 플라스틱 용기를 출시했다. 식품을 오래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밀폐 용기 ‘타파웨어’의 성공 신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부터 타파웨어가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밀폐 뚜껑의 사용법을 몰랐던 소비자들은 매장에 쌓인 제품들을 지나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소매점 판매 대신 판매원이 가정에서 직접 제품을 시연·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자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판매원이 가정에서 여성 고객들을 모아 제품을 시연·판매하는 일명 ‘타파웨어 파티’는 주부들의 사교 모임이자 혁신적인 마케팅 행사가 돼 미국 가정을 파고들었다. 1954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2500만 달러(2018년 기준 2억 3000만 달러 이상)로 불어났다. 이어 1960년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시장으로 넓혀나갔다. 기네스북은 주방 혁명을 이뤄낸 타파웨어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10개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제 타파웨어의 파티는 끝났다. 타파웨어는 이달 17일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의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회사가 추산한 자산 가치는 5억~10억 달러, 부채 규모는 10억~100억 달러에 달한다. 20세기 주방 혁신의 아이콘이던 타파웨어의 몰락은 시대 변화에 발맞춘 혁신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특허 만료와 함께 경쟁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 데다 친환경에 눈뜬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용기를 덜 사용하게 됐는데도 회사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소매점보다 방문판매에 의존한 마케팅 방식도 시대에 뒤떨어진 지 오래다. 제아무리 선구적인 기업이라도 변화를 거부하고 혁신 DNA를 잃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것이 냉혹한 기업 생존의 법칙이다.
<신경립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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