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중국 공산당이 자국 출신의 해외 과학기술 인재들을 유치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발표했다. 1990년대 최고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며 추진했던 ‘백인계획’을 키워 1000명의 해외파 인재들을 중용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중국 정부의 ‘기술 도둑질’을 위한 편법 수단으로 악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계획에 참여한 일부 연구자들이 거액을 지원받는 대신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다 한국·미국 등에서 발각돼 처벌됐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중국은 2019년 이 계획을 폐지했다.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에는 ‘천인계획’을 금지어로 지정했다.
그러나 중국의 해외 인재·기술 사냥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2년 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감독 아래 ‘치밍(?明)’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은밀하게 해외 고급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샛별인 금성을 뜻하는 치밍은 인재를 상징한다. 자격 심사 등 모든 절차뿐 아니라 중국 입국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됐다. 참여자들에게 주는 급여는 일회성 보조금과 월급·연구비·생활비 등을 합쳐 연간 수억 원 내지 수십억 원으로 천인계획 때보다도 훨씬 많아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자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계획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2023년 산업기술 수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산업 기술 격차가 2013년 1.1년에서 지난해 0.3년으로 급속히 줄었다. 3차원(3D) 프린팅, 웨어러블(착용형) 디바이스 등 이미 상당수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민관이 원팀이 돼서 고급 인재와 기술을 적극 육성하고 잘 지켜야 한다. 우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국들도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수사 강화, 관련 비자 발급 제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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