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경기 중 하나인 US오픈 대회장을 찾아 우승자인 한국의 박성현 선수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골프광’답게 당시 자신이 소유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장을 사흘 연속 찾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대회 직후 트위터에 “박성현의 우승을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고 2017년 11월 한국 국회를 찾아 연설할 때도 박 선수의 우승을 재차 언급했다.
트럼프는 첫 대통령 재임 때 총 261차례, 매년 평균 65회꼴로 골프를 즐겼다. 미중 패권 전쟁도, 2020년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도 그의 골프장행을 막지 못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는 집권 8년간 800회 이상 골프를 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대표적인 골프광으로 꼽힌다. 조지 부시, 빌 클린턴도 전쟁과 재해를 개의치 않고 골프장을 찾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골프 외교’를 수단 삼아 트럼프와 단짝이 된 케이스다. 아베는 2016년 11월 대선 직후 트럼프에게 일제 황금색 골프채를 선물했고 트럼프 취임 초인 2017년 2월 방미 때는 하루에 27홀이나 트럼프와 라운딩을 즐겼다. 그해 11월에는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와 골프를 치던 중 아베가 벙커 밖으로 뛰어 올라가다 뒤로 굴러떨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회동에 대비해 8년여 만에 골프 연습을 재개했다. 몇 달 전부터 골프채를 다시 잡았지만 트럼프와 맞대결을 하기 위해 골프 실력을 더 연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에는 골프를 종종 즐겼으나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 특검팀의 수석 파견검사로 활동한 2016년께부터 골프채를 내려놓았다고 한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실타래처럼 얽힌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 이슈들을 풀려면 소프트 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즐기는 운동을 함께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정상 간 우의를 다져 공식적인 외교 무대에서 다루기 힘든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골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고광본 / 논설위원·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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