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면서 ‘미국 예외주의’가 세계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용어는 19세기 프랑스 사상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이 자신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건국 기원과 민주 정치, 청교도적인 문화, 부의 축적 집착 등을 이유로 미국의 상황은 ‘예외적(exceptional)’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예외주의’ 이념 자체는 1920년대 후반 미국의 공산주의자들이 전통적 계급이 없고 자원이 풍부한 미국에는 마르크스주의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예외주의는 국민적 자부심과 결합해 자유와 평등, 개인주의, 시장 친화적 자본주의 등 미국식 민주주의 정착에 일조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은 신의 선택에 의해 세계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우월주의는 패권주의로 귀결됐다. 미국은 ‘민주주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유엔(UN) 아동권리협약과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도 미국 예외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다.
미국 예외주의는 외교·정치 영역을 넘어 최근 경제·금융으로 확장되고 있다. 통상 경제 규모가 크면 성장률도 떨어지는데 세계 1위인 미국 경제는 예외다.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미국의 순대외금융부채(외국인 보유 미국 자산-미국인 보유 해외 자산)는 2007년 2조 달러 수준에서 올해 6월 기준 22조여 달러로 급증했다. 그만큼 해외 투자가가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배경으로 혁신적 빅테크 기업들의 고성장, 효율적인 자본시장, 해외 인재 유치, 노동시장 유연성 등이 꼽힌다.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관세 부과 등 미국 예외주의를 노골화할 경우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고 외국인 자금이 더 유출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성장 비결을 배우는 동시에 트럼프 리스크 대비책 마련을 서두를 때다.
<최형욱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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