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남쪽 그리스계와 북쪽 튀르키예계 간의 오랜 갈등 끝에 2008년 평화의 봄을 맞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데즈먼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주교 등 ‘디 엘더스(The Elders)’ 소속 원로들이 네 차례나 키프로스를 찾아 정치 지도자, 언론, 시민사회 대표, 청년들을 만나 남북 간의 평화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타협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디 엘더스 원로들은 키프로스 남북에 각기 영향력을 지닌 그리스·튀르키예 정상들을 만나 지원도 요청했다. 통일 협상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디 엘더스의 활동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 엘더스는 2007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89세 생일을 계기로 전직 국가 지도자들이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을 위해 결성했다. 현재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의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그라사 마첼 전 모잠비크 초대 교육부 장관이 부의장을 맡고 있다. 노르웨이 첫 여성 총리였던 그로 할렘 브룬틀란과 아일랜드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메리 로빈슨 등 10여 명도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디 엘더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제인권구역 설정, 남수단 분리독립 지원, 핵무기 근절 운동 등에서 큰 활약상을 보여줬다. 2011년에는 카터 전 대통령 등 원로들이 남북한과 중국을 방문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퇴임 뒤에 ‘더 빛나는 지도자’로 활동하는 디 엘더스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퇴임 후 피의자로 전락한 사례가 많다.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지도자급 원로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나라와 국민은 불행하다. 우리가 디 엘더스처럼 존경할 만한 지도자를 가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31일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전 국회의장·국무총리·정당대표들이 간담회를 갖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 중 분권형 개헌’을 촉구했다. 새해에는 원로들의 역할 속에 이 나라가 난국을 빨리 극복하기를 기원한다.
<오현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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