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이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픽코마(piccoma)’를 개설했다. 이 플랫폼은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등을 일본어로 번역해 유료로 판매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은 종이 만화에 익숙했다. 카카오는 만화 감상 방식을 모바일로 확대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 실적은 초라했다. 출시 첫 달 매출은 200엔에 불과했다. 사이트에 접속한 5명 가운데 3명이 시스템을 점검하는 카카오재팬 직원이던 날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일본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 방식을 도입해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이용자가 만화 한 편을 감상한 후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 방식이다. 또 개인별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상시 추천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였다. 이런 노력에 호응해 일본 독자들이 픽코마로 몰리기 시작했다. 2020년 7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비게임 앱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픽코마의 월간 이용자는 약 1200만 명에 이른다. 픽코마가 성공을 거두자 카카오는 2021년 일본 자회사 이름을 카카오픽코마로 바꿨다. 픽코마는 디지털 이미지의 기본 단위인 픽셀(pixel)과 일본어로 ‘한 컷’을 뜻하는 코마(koma)를 결합한 합성어로 디지털 만화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픽코마가 지난해 일본 앱 마켓(게임 포함)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고 글로벌 모바일 앱 분석 업체 데이터닷에이아이가 최근 밝혔다. 픽코마의 2024년 일본 매출은 4억 9700만 달러(약 7300억 원)에 이르렀다. 3위도 네이버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4억 1800만 달러)가 차지했다. K웹툰의 매출은 활발한 해외 진출에 힘입어 2023년에 2조 1890억 원에 달했다. 수출 지역도 일본 위주에서 북미·중화권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K웹툰이 수출 시장을 넓히고 신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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