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비밀 미니 내각(secret mini-cabinet)’을 구성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를 수장으로 외무·재무·산업 장관 등 소수의 핵심 각료들만 참여하는 일종의 ‘트럼프 대응팀’이다. 노동당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때 미국 민주당 편을 드는 바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을 사고 있었다. 미니 내각에서는 왕실 마케팅, 이전 보수당 정부가 추진했던 영미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 등 시나리오별로 관계 개선을 위한 온갖 대책이 논의됐다. 트럼프의 막말에 총리나 노동당 의원들이 화를 내며 대응하면 안 된다는 조언까지 있었다.
■스타머는 지난달 25일 트럼프와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국방비 지출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2.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로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나머지 영국 장관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발표 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미니 내각이 협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안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스타머는 정상회담 때 트럼프에게 국빈 방문 초청이 담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친서도 전달했다. 스코틀랜드 이민자 출신의 어머니를 둔 트럼프가 영국 왕실을 흠모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영국에 대한 무관세 조치 등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 대선 전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주도로 비공식 조직인 ‘트럼프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일본과 캐나다 정부는 각각 ‘트럼프 대책회의’와 ‘팀 캐나다’를 가동 중이다. 주요국들은 트럼프 측과 소통 강화, 미국산 제품 수입 및 대미 투자 확대, 무역협정 체결 등을 통해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EU 등 힘 있는 국가들은 대미 유화책과 함께 보복 관세, 미국 기업 제재 등 강경책을 동시 구사하고 있다. 우리도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정비하고 정교한 전략을 세워 트럼프 스톰에 대비해야 한다.
<최형욱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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